온라인 학습(Online Learning) ① 디지털 교실의 교훈
4년 전 애리조나주립대는 기초수학의 온·오프라인 강의를 통합해 영상강의로 바꾸고 뉴튼의 온라인 도구를 도입했다. 뉴튼은 학생의 온라인 수강행태를 분석해 어떤 방식으로 가장 잘 학습하는지, 뭘 제대로 이해하고 뭘 이해하지 못하는지 파악한다.
학생의 진척과 수업에 들인 시간, 참여수준과 성취도에 대한 보고서를 담당교수에게 전달하고 교수는 학생들에게 이메일이나 문자를 보내거나 직접 면담을 한다. 이같은 방식을 도입한 지 두 학기 만에 이 수업의 이수율은 75%로 높아졌다.데이터가 우리의 학습 방식에 어떤 교훈을 주는지, 또 기술이 교육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가 이번 비즈니스 리포트의 핵심 주제다.
기술자와 벤처투자가들은 온라인 학습이 만드는 데이터가 교육을 재창조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학교 네 곳에서는 데이터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알트스쿨(AltSchool)은 기술이 학생의 학습 향상에 얼마나 기여할지 지켜보고 있다. 데이터 전문가이자 구글 개인화 부서장 출신의 맥스 벤틸라가 2년 전 설립한 알트스쿨은 데이터 수집 기술을 기반으로 운영한다.
정보 수집은 등교 후 출석부 앱을 체크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일과 중 일정 시간 동안 학생들은 아이패드와 크롬북에 담긴 ‘플레이리스트’로 자습한다. 여기에는 개인별 목표에 따라 교사가 선정한 활동이 나열돼 있다. 학생의 학업성취도 데이터는 교사가 나중에 검토할 수 있게 저장된다.
교실에서 일어나는 일은 모두 녹화되고 교사는 간단히 버튼을 눌러 중요한 순간을 표시할 수 있다. 티보(TiVo)로 좋아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녹화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알트스쿨 네트워크에 속한 모든 학교의 데이터가 스마트 중앙관리시스템에 모이고, 교사는 이를 효과적인 맞춤형 학습과정을 설계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이 시스템에는 추천기능도 탑재돼 있다.
알트스쿨 같은 기술을 가진 학교의 수는 적지만, 노트북과 다양한 디지털 학습기기가 점점 더 교실을 채우고 있다.
올해 미국의 초·중·고등학교는 정보기술에 47억 달러를 지출할 전망이다. 최신 기술은 학생들이 학습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의미있는 패턴을 도출할 만큼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교육기술이 이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란 잠재력을 예견한 전 세계 투자가들은 이 분야에 대한 투자를 2013년 16억 달러에서 2014년 24억 달러로 확대했다. 올해 1분기에는 10억 달러가 넘는 투자가 이뤄졌다. 그중 대부분은 중국으로 향했다.
이 모든 데이터가 우리의 학습 방식에 어떤 교훈을 주는지, 또 기술이 교육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가 이번 비즈니스리포트의 핵심 주제다.
학비가 연간 2만 달러를 넘는 알트스쿨의 목표는 확장이 가능한 시스템을 기반으로 개인 맞춤형 학습법을 만드는 것이다. 올 가을 뉴욕의 브루클린 등 4개 지역에서 알트스쿨이 새로 문을 연다. 벤틸라는 알트스쿨 시스템을 다른 학교에 유료로 공유할 계획이다.
알트스쿨은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주커버그, 벤처투자가 존 도어, 오미디야르네트워크, 안드레센호로비츠, 파운더스펀드 등으로부터 1억 3300만 달러를 투자받았다.
2012년 아내와 함께 딸의 유치원 입학을 준비하며 교육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벤틸라는 “단지 자녀를 보내고 싶은 좋은 학교를 만드는 데 머물지 않고 확장되는 생태계를 만들고 싶다”며 “기술이 어떤 역할을 할 때 아이와 학부모, 교육자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게 될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대학가에서도 비슷한 실험이 진행 중이다. 캐나다 교육가 스티븐 다운스와 조지 지멘스가 최초의 무크(MOOC: 온라인 대중공개 강좌) ‘연결주의와 연결적 지식’을 공개한지 7년 만에 무크는 학생 행동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의 원천이 됐다.
이러한 시도는 3대 무크 플랫폼이 출시된 2012년부터 강화됐다.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의 합작사 에드엑스, 스탠퍼드대 교수 출신이 설립한 유다시티와 코세라가 바로 그것이다. 2012년 가을부터 2014년 여름까지 백만 명 이상이 에드엑스의 68개 온라인 공개강좌를 수강했고 에드엑스 서버에 110억만 건의 클릭 수를 기록했다.
과목을 불문하고 무크 과정을 수료하는 학생은 소수에 불과하지만 그들이 생성한 데이터는 더 새롭고 효과적인 교육모형을 개발하는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온라인 교습과 일대일 코칭, 정기적인 퀴즈, 학업성취도 점검 등 복합적인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일부 사례를 통해 이러한 접근방식이 전통적인 교육방식보다 더 성공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애리조나주립대는 교육권 확장이라는 장기적인 목표 달성의 일환으로 90개가 넘는 학부와 대학원 과정을 온라인으로 제공한다. 매년 8000명의 학생이 1학년 수학 과정을 수강한다. 이 수준에 못 미치는 학생들은 먼저 기초수학을 듣는데, 이들 중 절반이 D 또는 F를 받는 일이 오랫동안 반복됐다.
4년 전 애리조나주립대는 기초수학의 온·오프라인 강의를 통합해 영상강의로 바꾸고 뉴튼이라는 회사가 개발한 온라인 도구를 도입했다. 뉴튼은 학생의 온라인 수강행태를 분석해 어떤 방식으로 가장 잘 학습하는지, 뭘 제대로 이해하고 뭘 이해하지 못하는지 파악한다.
학생의 진척과 수업에 들인 시간, 참여수준과 성취도에 대한 보고서를 담당교수에게 전달하고 교수는 학생들에게 이메일이나 문자를 보내거나 직접 면담을 한다. 이같은 방식을 도입한 지 두 학기 만에 이 수업의 이수율은 75%로 높아졌다.
유다시티도 비슷한 개인별 피드백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구글과 함께 설계한 안드로이드 프로그래밍 ‘나노학위’ 과정은 시작 한 달 만에 2000개가 넘는 과제가 제출됐고 이를 전 세계 코딩 전문가들이 비용을 받고 평가했다. 공동설립자 세바스찬 스런에 따르면 유료로 지도받는 학생의 91%가 과정을 수료한다. 완벽한 비유는 아니지만, 스런이 스탠퍼드대 교수로서 무료로 가르쳤던 로봇공학 무크의 이수율은 2%에 불과했다.
온라인 교육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는 강사에게도 새로운 차원의 피드백을 제공한다. 코세라의 강사용 플랫폼은 동영상 강의의 어느 시점부터 학생들이 그만 보는지, 평가질문을 한 번에 이해하는 학생이 몇 퍼센트나 되는지 등의 수치를 보여준다. 퀴즈를 본 200명 중 정답을 맞힌 학생이 20%에 불과하다면 교사는 해당 내용을 가르친 방식이나 질문의 어휘 등을 수정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3년 전 코세라를 공동 설립한 다프네 콜러 스탠퍼드대 교수는 “18년의 교수생활 동안 이만큼 구체적인 피드백은 받아본 적이 없다”고 한다.
번역 김은혜
<본 기사는 테크M 제29호(2015년9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