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서 밀러의 희곡 ‘세일즈맨의 죽음’에서 사면초가에 몰린 외판원인 윌리 로만이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에 있는 인사관리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가이드스파크(GuideSpark)에 왔다면, 누가 영업직 사원이고, 누가 IT 지원팀 사원인지 구별하지 못했을 것이다.
가이드스파크 영업사원들은 디지털 툴 10여 가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컴퓨터에 맡기는 것이 어쩐지 찜찜하게 생각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키스 키타니 CEO는 영업 업무를 데이터로 처리한 덕분에 생산성이 급증했다고 믿는다.
70명 규모 영업팀은 2년 전에 비해 세 배가 넘는 통화와 회의를 감당해내고 있다. 직원들이 장부 정리와 잠재 고객사 목록 작성 등 단순 업무에 할애하던 시간을 절약해 생산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되면서 매출이 늘었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이 영업 업무를 자동화하고 있다. 기업들은 영업 소프트웨어에 연간 230억 달러(약 27조 원) 이상을 지출한다.
몇몇 스타트업들은 영업 사원들의 이메일, 캘린더, 소셜미디어 피드, 뉴스 기사,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해 패턴을 발견함으로써 잠재 구매자의 행동을 예측한다.
다우존스 벤처소스 데이터에 따르면, 이들 기업이 지난 2년간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 받은 금액은 약 4억 달러(약 4,700억 원)였다. 벤처소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발행하는 뉴스코프가 소유하고 있다.
미래를 예측하고 업무 공정을 자동화하면서 영업직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IT 기술은 일반 소비자가 아닌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영업직 사원들의 고충을 해결해줬다.
세일즈맨이라는 중개인을 건너뛰고 알아서 시장조사를 해본 후 온라인에서 필요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바로 구입하는 기업 고객들이 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트렌드로 말미암아 향후 5년 안에 많은 미국 영업직 사원들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시장조사기관인 포레스터 리서치는 전망했다.
영업직 사원들은 일자리를 잃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인사이드세일즈닷컴(InsideSales.com), 후플라 소프트웨어(Hoopla Software Inc.), 클리어슬라이드(ClearSlide Inc.), 리드스페이스(Leadspace), 식스센스 인사이츠(6Sense Insights Inc.), 세일즈프리딕트(SalesPredict Inc.)와 같은 회사들로부터 ‘디지털 원조’를 받고 있다.
이들 회사가 개발한 디지털 툴은 언뜻 듣기에는 소름끼칠 수도 있다. 클리어슬라이드가 만든 소프트웨어는 잠재 고객이 홍보 이메일을 잃으면 알림 메시지를 보낸다. 또한 잠재 고객이 이메일을 열어보고 한참을 그 이메일에서 머물 때도 알림 메시지를 보낸다. 잠재 고객이 해당 이메일에 관심이 있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클리어슬라이드의 상품개발팀장인 라지 고사인은 “소름끼치는 것과 업무에 능숙한 것 사이에는 극명한 차이가 있다”면서 “예측 기술은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에게 굉장히 유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식스센스 인사이츠를 설립한 아만다 케일로 CEO는 “우리 고객들 중 그 누구도 (예측 기술을) 사생활 침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업 소프트웨어 개발업계의 거목인 세일즈포스닷컴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세일즈포스닷컴은 1년 전 릴레이트아이큐(RelateIQ)를 3억4,000만 달러(약 4,000억 원)에 인수했었다. 릴레이트아이큐는 인맥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세일즈포스닷컴은 릴레이트아이큐의 컴퓨터 예측 기술과 자사 세일즈 툴을 결합했다. 세일즈포스아이큐(SalesforceIQ)라고 명명된 새로운 서비스는 영업직 사원의 이메일과 캘린더, 세일즈포스닷컴 자체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다.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세일즈포스아이큐는 특정 고객과 소통하는 방법을 조언한다.
그러나 영업 소프트웨어를 찬성하는 진영조차 미심쩍어 하는 부분이 있다. 몇몇 프로그램은 현지 기후나 이메일 제목 길이와 같이 별로 중요할 것 같지 않은 요인들을 구매와 연관짓는다.
영업 소프트웨어 개발 스타트업인 예스웨어(Yesware)를 창업한 매슈 벨로우즈는 “통계학 개론 수업을 들어봤다면 상관관계와 인과관계의 차이를 알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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