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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은행들, 영업 지점을 카페로 변신시키는 속사정

 

Kelvin Ma for The Wall Street Journal
보스턴에 소재한 캐피털 원 360 카페에서 카페 직원이 고객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미국 은행들이 지점을 카페로 변신시키고 무인 점포로 만드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다. 

미 전역에서 은행들이 창구 행원들을 몰아내고, 영업직 직원을 충원하고, 드라이브 스루(drive-through, 자동차에 탑승한 채 이용하는 서비스) 진입로를 만들고 있다. 이같은 행보는 많은 고객이 온라인 및 모바일 뱅킹으로 몰리는 상황에서 업계가 벌이는 비용 절감 실험의 최신판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지점을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대출, 신용카드 등 돈벌이가 되는 금융 상품을 팔기를 원한다. 그러나 여전히 창구에서 줄을 서 빈번하게 예금을 예치 및 인출하는 수백만 명의 고객들도 응대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올 여름 문을 여는 캐피털 원 파이낸셜의 새로운 보스턴 지점은 창구 직원을 전혀 두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카페’ 방식을 확대하고 있다. 이 방식에 따르면 방문객은 고급 커피를 구입하고 와이파이(Wi-Fi) 서비스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고객과 마주 앉아 행원이 계좌를 개설해주거나 대출 신청 업무를 처리해 줄 수는 없다.

대신, 직원들은 고객을 자사 웹사이트로 유도해 은행 서비스에 관한 질문에 답을 해준다.


조만간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9,000여 명의 행원들을 RB(relationship banker, 고객 전담직)로 전환 배치할 예정이다. RB는 고객을 최첨단 ATM 기기로 안내하거나 스마트폰으로 수표를 입금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업무를 담당한다. JP모건체이스, PNC파이낸셜서비스시스그룹 등의 은행도 비슷한 행보를 취하고 있다.
캐피털 원 관계자는 미국 내 몇 개 지점에서 활용하고 있는 이 카페 방식이 많은 행원을 고용하지 않고도 은행 브랜드를 홍보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미 은행들은 지난해 9만4,725개의 지점을 운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최근 몇 년 새 은행들이 비용을 대폭 삭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지점 가운데 최대 3분의 1은 여전히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컨설팅 업체 사이먼-커셔 앤 파트너스는 설명했다.

새로운 ATM 기기는 정확한 잔액을 제공하거나 동영상을 통해 고객을 원격으로 행원과 연결시켜 준다. 간단한 거래의 경우 고객이 행원을 거치지 않고도 직접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목적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고객이 수표를 ATM 기기에 입금할 때 비용이 보다 저렴하다. 또 고객이 스마트폰으로 수표의 사진을 찍어 입금할 때도 여전히 비용이 덜 든다.

그러나 지점을 영업 센터로 전환하는 것은 결코 쉽지는 않은 일이다.

컨설팅 업체 셀렌트의 은행 부문 선임 애널리스트인 로버트 메라는 “대다수 은행은 영업 지점에 어떤 조치를 취할지에 대해 명확한 비전을 갖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시장조사 업체 J.D.파워에 따르면 불과 5%의 고객만이 최근 은행 영업점에 방문했을 때 신규 계좌 개설이나 금융 상품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조사 업체들은 이 비율이 심지어 그보다 더 낮다고 추산하고 있다.


플로리다 주 오캘러에 있는 BOA 지점에 들른 후에 그레스 레이먼드는 불만을 갖게 됐다. 자신의 모기지 대출(주택담보 대출)을 청산하러 갔을 때 “로비에는 고객들이 가득 차 있었고” 그녀가 재무 상담사 또는 창구 행원 중 누구에게 가야 할지 명확하게 설명해 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재무 상담사를 만나기 위해 오래 줄을 선 후에야 행원에게만 갔으면 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그녀는 말했다.
일부 경우에는 이같은 변화 때문에 고객이 은행에 매력을 잃게 될 위험도 도사린다.

레이먼드는 “너무 화가 나고 짜증이 났다”고 말했다.

지난 5월 개최된 BOA 주주총회에서 한 주주가 브라이언 모니헌 CEO에게 행원이 줄어 일부 지점의 고객 대기 줄이 길어진 것과 관련한 질문을 던졌다. 모니헌 CEO는 자사가 변화하는 고객의 행태에 발맞추려는 시도를 벌이고 있다고 답했다.

몇몇 은행들은 드라이브스루 창구를 폐쇄하거나 보다 효율적으로 만드는 방법을 시도 중이다.

최근 웰스파고는 드라이브스루의 인증 절차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고객이 온라인에 접속해 1회용 암호를 발급받는 새로운 절차를 시험했다. 웰스파고는 이 결과를 분석 중이다.

PNC는 ‘선 거래 예약’(order ahead) 방식을 구상했다. 이 방식에 따르면 고객은 미리 ATM 기기로 100달러를 인출하겠다고 예약한 뒤에 실제로 ATM기기를 사용할 때 자신의 스마트폰을 스캔하거나 비밀번호를 입력한다.


“우리가 고객들로부터 듣는 의견 한 가지는 “내부를 변경하는 것은 좋지만, 드라이브스루 창구를 망치지는 말아달라”는 것”이라고 PNC의 토드 반하트는 설명했다.
PNC는 자사가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지점 문을 닫는 은행들도 있다. 지난달 피프스 서드 뱅코프는 지점 100곳(전체 지점의 8%)을 폐쇄하거나 매각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많은 다른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에 위치한 이 은행도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직원들을 늘리고 있다.

최근 뉴욕에 있는 캐피털 원 은행 카페에서 제니퍼 올리버는 건물 내에 있는 ATM 기기를 사용하고 뒷편으로 걸어가 피트 커피 앤 티 카운터에서 커피 한 잔을 샀다. 그녀는 캐피털 원 직불 카드로 커피값을 50% 할인받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금을 들고 다니는 일이 드물고 지난 8년간 지점을 방문한 적은 단 두 번밖에 없기 때문에 자신이 단골 고객이 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그녀는 “일자리를 잃은 모든 창구 행원들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기사 번역 관련 문의: jaeyeon.woo@wsj.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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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 심재우

등록일2015-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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